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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군·간첩·북한 출신 인물을 주연 또는 주요 인물로 내세운 한국 드라마와 영화들.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tvN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 영화 <용의자>, <공조>, <은밀하게 위대하게>, <베를린>, <의형제>. 각 방송사·배급사 제공
영화 <암살자(들)>을 둘러싼 논란이 뜻밖의 방향으로 번지고 있다. 1974년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을 다룬 영화의 일부 설정이 북한 영화 <민족과 운명>(1992년)과 비슷하다는 주장이다. 탈북민 출신 유튜버 한송이가 최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북한 영화 ‘민족과 운명’에서 나왔던 내용과 너무 비슷하고 흡사했다”고 밝힌 게 발단이 됐다. 한 걸음 더 나가 영화 제작진이 북한식 역사관 또는 ‘좌파의 낡은 세계관’에 영향을 받았다는 주장도 나온다.
근거가 있을까.
일단 허진호 감독은 북한 영화 리메이크 주장을 부인했다. 허 감독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민족과 운명>에 대해 “그런 영화가 있다는 사실을 그 주장을 듣고 처음 알았다”고 밝혔다. 제작진도 “공개된 기록과 자료, 서적, 다큐멘터리 등을 폭넓게 조사하고 실제 사건과 인물을 모티브로 가상의 인물과 상황을 결합했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나온 자료 가운데 <암살자(들)>이 <민족과 운명>을 표절하거나 리메이크했다는 사실을 뒷받침하는 근거는 확인되지 않는다.
두 영화에서 육 여사 피격 장면과 관련해 비슷한 의혹이 등장하는 건 사실이다. 북한의 <민족과 운명>은 훨씬 더 극단적이다. 영화는 문세광을 연상시키는 인물이 총을 쏘자 무대 뒤쪽의 다른 남성이 육 여사를 저격하는 장면을 보여준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사건을 지시했다는 설정까지 붙인다. 영화의 내레이션은 박 전 대통령이 자신의 아내를 희생시켜 정권을 유지했다는 식으로 사건을 규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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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의 공식적인 체제 선전물이었다.
다만 짚어야 할 대목이 있다. 육 여사가 문세광이 아닌 다른 사람의 총탄에 맞았다는 의혹을 북한이 처음 만들어낸 것은 아니다.
사건 직후인 1974년 일본 언론들에서 이미 “총성이 문세광이 쏜 것보다 많았다”거나 “경호원의 오발탄에 육 여사가 맞았다”는 주장이 나왔다. 당시 국내 보도에도 훗날 논란의 단서가 된 기록이 남아 있다. 1974년 8월 22일 조선일보는 현장검증 결과를 전하면서 문세광이 4발을 발사하고 경호원이 3발을 응사했다고 보도했다. 모두 7발이다.
1989년에는 사건 당시 서울시경 감식계장이었던 이건우가 월간지 인터뷰에서 육 여사가 문세광의 총탄에 맞은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2005년에는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취재 과정에서 숭실대 배명진 교수 연구팀이 당시 녹음자료를 분석해 7차례 총성 가운데 네 번째 총성이 경호원 총에서 나왔으며 이 총탄에 육 여사가 맞았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이 분석은 정부의 공식 재조사 결과가 아니라 연구팀의 주장이다. 당시 경향신문을 포함한 여러 언론이 이를 보도했다.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1974년 판결은 문세광의 총탄이 육 여사의 머리에 명중했다고 인정했다. 따라서 문세광 이외의 저격자가 있었다는 주장을 확정된 역사적 사실로 볼 근거도 없다. 중요한 것은 의혹의 사실 여부와 그 의혹이 어디서 시작됐는지는 별개의 문제라는 。이다.
연대기를 놓고 보면 <민족과 운명>도 이전부터 존재하던 ‘의혹’을 가져와 북한식 선전 서사로 극단화한 작품에 가깝다. 1974년 사건 직후의 의문 제기와 1980년대 국내 증언이 먼저 있었고 <민족과 운명>은 1992년 제작됐다. <암살자(들)>과 <민족과 운명>에 비슷한 소재가 나온다는 사실만으로 전자가 후자를 베꼈다고 추론하기 어려운 이유다. 두 작품이 참조하거나 재가공할 수 있는 더 오래된 의혹의 계보가 존재한다.
최근 온라인에서 함께 인용되는 강성률 광운대 교수의 2018년 논문 <2010년 이후 영화의 북한 재현 양상 고찰>도 비슷한 방식으로 읽히고 있다.
논문은 <의형제> 강동원, <베를린> 하정우, <은밀하게 위대하게> 김수현, <용의자> 공유, <공조> 현빈, <강철비> 정우성 등 당대 스타들이 간첩이나 북한군을 연기한 현상을 분석했다
성인릴게임
. 이들이 유능하고 가족애가 강하며 뛰어난 신체능력을 가진 인물로 묘사된다는 것도 논문의 내용이다.
여기까지만 읽으면 ‘한국 영화가 북한을 매력적으로 묘사하고 있다’는 주장의 근거처럼 보인다.
그런데 논문의 결론은 거기서 멈추지 않는다. 강 교수는 주인공들이 대체로 북한을 이탈한 인물이며 이들과 맞서는 ‘더 나쁜 간첩’을 남파한 북한에 대한 영화의 시선은 여전히 부정적이라고 적었다. 탈북자나 북한 출신 주인공이 죽거나 다시 떠나는 결말도 지적했다. 논문은 북한 재현이 과거보다 복잡해졌다고 분석한 연구다. 영화 제작자들이 북한에 대한 호감을 무의식적으로 심기 위해 미남 스타를 캐스팅했다는 의도나 공작을 입증한 연구가 아니다. 앞부분만 떼어 그런 주장의 근거로 삼는다면 논문의 주제와도 상반된다. 간단히 말해 ‘오독’이다.
1부의 한 장면. 문세광이 뛰어나와 총을 쏜 뒤 박정희가 연단 아래로 몸을 숨기고, 이어 뒤쪽 커튼에 숨어 있던 인물이 육영수 여사의 어깨를 향해 총을 쏘는 장면이 그려져 있다. 조선중앙텔레비죤 캡처"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610/03/weeklykh/34253dwql.png" data-org-width="1200" dmcf-mid="8273ds9Uv4"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10/03/weeklykh/34253dwql.png" width="658">
북한 영화 <민족과 운명> 1부의 한 장면. 문세광이 뛰어나와 총을 쏜 뒤 박정희가 연단 아래로 몸을 숨기고, 이어 뒤쪽 커튼에 숨어 있던 인물이 육영수 여사의 어깨를 향해 총을 쏘는 장면이 그려져 있다. 조선중앙텔레비죤 캡처
아이러니하게도 더 결정적인 반례는 이번 <암살자(들)> 논란에서 등장하는 북한 영화 자체에서 찾을 수 있다.
<민족과 운명> 시리즈에서 박정희는 북한이 규정한 명백한 악역이다. 북한 영화계는 배우 김윤홍이 박정희를 ‘야심가·음모가’로 잘 표현했다고 선전했다. 박정희 역을 맡은 김윤홍은 재일동포 출신 북한 배우였다. 1990년대 초 <민족과 운명>에서 박정희 역을 맡으면서 이름을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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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전에는 <홍길동>, <이름 없는 영웅들>, <림꺽정> 등에 조연으로 출연했다. 김윤홍은 박정희 역을 계기로 주연급 배우가 됐고 인민배우 칭호까지 받았다. 최고인민회의 대의원도 지냈다. 북한에서 적대적으로 묘사해야 할 남한 대통령을 연기한 배우가 그 배역으로 스타가 된 셈이다. 적대하는 인물을 강렬하고 카리스마 있게 만드는 것과 그 인물이 대표하는 체제를 지지하는 것은 전혀 같은 문제가 아니었다.
영화학과 미디어심리학에서는 악인이나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는 인물에게 관객이 매력을 느끼는 현상을 오래전부터 연구해왔다. 해외 연구에서도 관객은 등장인물의 선악만으로 호감 여부를 결정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난다. 강한 능력이나 외모, 비극적 사연, 가족애 같은 설정은 악역이나 반영웅에게도 관객이 감정이입하게 만드는 장치로 작용한다. 이를 두고 해당 인물이나 그가 속한 집단의 이념을 지지하게 만들기 위한 장치라고 해석하는 연구는 찾기 어렵다.
악역을 멋있게 그렸으니 그가 속한 체제를 미화하려는 목적이 있었다는 추론은 여기에서 성립하기 어렵다. 북한 영화조차 자신들이 ‘독재자’로 규정한 박정희에게 강한 존재감을 부여했다.
<암살자(들)>이 역사적 사실을 얼마나 설득력 있게 다뤘는지는 비판과 검증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문세광 이외의 저격자가 있었다는 설정에도 충분한 근거가 있는지 따져볼 수 있다. 그 검증과 “북한 선전영화를 베꼈다”, “좌파 영화계가 수십 년간 북한을 미화해왔다”는 주장은 다른 문제다.
현재까지 확인되는 자료를 따라가면 후자의 주장을 뒷받침할 연결고리는 보이지 않는다.
한편 한국영화촬영감독조합(CGK)은 2일 영화 <암살자(들)>을 둘러싼 논란과 관련해 입장문을 내고 작품을 둘러싼 비판이 배우와 스태프 개인에 대한 공격으로 번지는 상황에 우려를 나타냈다. 조합은 “역사를 모티브로 한 극영화는 기록을 대신하려는 것이 아니라 창작자의 상상과 해석으로 완성되는 작품”이라며 “작품에 대한 공감과 아쉬움, 다른 시각 모두 의미 있는 대화의 일부”라고 밝혔다.
조합은 “그 대화가 작품을 넘어 창작자와 배우 개인에게 향하거나 관객의 평가가 있는 그대로 전해지지 못하는 상황이 된다면 앞으로 창작자들이 새로운 이야기에 도전하는 일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이 영화를 무엇보다 한 편의 영화로 먼저 만나 달라”며 창작자들이 자유롭게 이야기를 펼치고 관객이 각자의 시선으로 작품을 평가할 수 있는 환경이 지켜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 조합은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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