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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피광태 댓글 0건 조회 11회 작성일 26-09-28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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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석제 소설가 지난 세기하고도 80년대 중반, 내게도 ‘디스크맨(휴대용 CD 플레이어)’을 들고 다니면서 음악을 듣는 때가 도래했다. LP와 ‘야전’을 들고 ‘행군’을 가던 고등학생 시절을 지나, ‘워크맨’으로 대변되던 카세트 플레이어의 시대를 거쳐, 무한 복제와 초고속 연결로 표상되는 디지털 문명이 본격 출현하기 직전의 일이었다. ■ 「 결함 있는 자연물은 퇴출 마땅 제조물책임법의 원칙과 달리 AI 피해, 이용자가 지게 돼 있어 인간 운명 AI가 좌우, 맞는 건가 」 작고 납작한 휴대용 CD 플레이어는 최첨단 과학·기술의 결정체임을 보여주려는 듯 정밀한 광학 부품들이 하나의 ‘결합체(assembly)’를 이루고 있었다. CD 플레이어의 작동 원리에 관해 나의 능력이 닿는 한 최대한 간단히 말하자면, ‘레이저 다이오드에서 발사된 적외선 레이저 빔이 대물렌즈를 거쳐 회전하는 CD 표면에 수직으로 조사되고, CD에서 반사되어 돌아온 빛의 변화를 센서가 감지하여 컴퓨터가 이해할 수 있는 디지털 신호(0과 1)로 바꾼 뒤, 우리가 듣는 음악 소리로 복원하는 과정을 거친다’는 것이다. CD 플레이어를 열었을 때 위아래, 좌우로 미세하게 떨리는 작은 유리구슬 같은 렌즈가 바로 이 대물렌즈다. 대물렌즈는 레이저 다이오드에서 나온 빛을 CD 표면 머리카락 굵기의 수십 분의 일 크기의 초.으로 모아주는 역할을 한다. 나처럼 기계와 문명에 대한 상식이 부족한 사용자들은 CD 플레이어가 고장 나면 덮어놓고 렌즈콩만 한 대물렌즈에 눈을 가까이 대고 원인을 파악해 보려 하곤 했다. 모바일 무료충전 바다이야기 “CAUTION ― INVISIBLE LASER RADIATION WHEN OPEN(개봉 시 보이지 않는 레이저 방사 주의).” 나중에 알고 보니 그 경고문에 담긴 속뜻은 대체로 다음과 같았다. ‘CD 플레이어 내부를 .검하거나 분해할 때 레이저 빔에 눈이 노출되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할 것. 레이저 빔이 눈 안으로 들어오면 망막의 시각 세포를 태워 시력이 저하되거나 영구적인 시야 결손(맹.)이 생길 수 있음. 반사광 역시 눈에는 대단히 유해할 수 있음. 전원을 켠 상태에서 어쩔 수 없이 출력을 확인하거나 조정해야 한다면, 레이저 보안경을 반드시 착용해야 함.’ 이미 그 대물렌즈를 들여다보다 레이저 빔에 의해 망막이 손상된 사람에게 이 경고문이 무슨 소용이 되겠는가. 다행히 나는 레이저 빔에 눈을 다치지 않고 CD 플레이어의 시대에서 MP3 시대로 넘어갈 수 있었다. 무소불위의 막강한 기능과 요령부득의 기술을 담은 스마트폰의 시대가 오기 직전, 승용차에 광활한 8인치 화면과 위성항법장치를 갖춘 차량용 내비게이션을 달고 전국을 누비던 시절이 내게도 있었다. 내비게이션이 등장하기 전 차 안에는 적어도 세 종류의 지도책이 비치되어 있었다. 전국 관광 도로 지도, 서울시 정밀 지도, 대한민국 전도. 차량용 내비게이션은 그 모두를 합치고 남을 효능 그 자체의 결합체로 보였다. 두툼한 사용설명서에서 다음과 같은 문구를 발견하기 전까지는 나와 내비게이터의 관계는 좋았다. 제때 업데이트를 해주지 않으면 미안한 느낌이 들 정도로. 모바일 바다이야기 방식 “법적 책임 고지: 본 안내는 운전자의 편의를 위한 참고 자료일 뿐이며, 회사는 본 서비스가 제공하는 경로 및 교통 정보의 정확성으로 인해 발생한 직·간접적인 사고나 손해에 대해 법적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최종 운전 책임은 운전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이 문장의 속뜻은 ‘내비게이션이 하라는 대로 했다가 문제가 생기면 무조건 당신 책임이다’라는 것이다. 길을 잘 모르는 운전자는 기계의 지시를 믿고 운전대를 잡지만, 기계는 어디에 붙어 있는지조차 모를 경고문 한 줄로 너무나 간단히 인간에게 책임을 전가한다. 그 결과로 인간은 결국 가장 첨단화된 기술을 이용하면서도, 끊임없이 기계를 의심하고 스스로 판단해야 하는 피로함을 원죄처럼 안게 된다. AI 의심하지 않는 사람의 잘못 AI의 시대가 왔다. AI의 법적 보호 장치는 폭넓고 완벽하며 전문적이었다. “○○○○는 AI이며 AI는 실수를 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실수는 AI의 것’이 아니라 ‘실수는 AI를 사실로 믿어 의심치 않고 쓴 인간의 것’이 된다. 가축이나 곡식, 갈대는 실수할 수 없다. 생각이 없는 기계나 갈대가 결함을 안고 시장에 나왔다면 퇴출되어야 한다. 제조물책임법에 의하면 아무리 ‘사람이 만든(人工)’이라는 말을 갖다 붙인다 해도 돌이킬 수 없는 잘못에 대한 원칙적 책임 주체는 제조업자이다. 판매·대여하는 등 유통시킨 공급자는 경우에 따라 보충적 책임을 질 뿐이다. 소비자의 시각을 오도한 AI라고 예외가 될 수 있을까? 그나저나 도대체 우리는 언제부터 저 무정한 쇳덩이와 기술·문명에 우리 스스로의 생각과 삶과 운명을 내맡기게 되었는가. 한 번 가면 결코 돌아오지 않을 순금보다 귀한 순간들을? 성석제 소설가 빔에 의해 망막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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